'양자 타임머신' 나왔다?

'양자 타임머신' 나왔다?
IBM에서 개발한 양자 컴퓨터. 사진 IBM

최근 오스트리아 빈 연구진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시간을 되돌리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연구는 2019년에 시작되어 2023년 학술지에 정식으로 실렸던 내용이지만, 최근 양자 컴퓨터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맞물려 새롭게 주목받는 모습이다.

물론 이 소식이 영화에서처럼 사람이나 물건을 과거로 보내는 '시간 여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험의 핵심은 아주 작은 입자인 '광자'를 1초 전의 상태로 '복구'한 것이다. 즉, 입자를 과거로 전송한 것이 아니라, 마치 컴퓨터의 '실행 취소' 기능처럼 상태를 이전으로 되돌렸다고 이해하면 쉽다. 당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시간 여행을 구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기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미래에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컴퓨터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손상 없이 되돌리거나, 신약 개발 과정에서 복잡한 분자 시뮬레이션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IT, 의료, 생명과학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로 돌아가 후회를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미래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비슷한 연구는 2019년 IBM에서도 있었다. IBM 연구진은 양자 입자의 상태가 시간을 거슬러 원래대로 복원되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두 연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 빈 연구진은 양자 컴퓨터를 넘어 더 보편적인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한 '범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IBM의 연구는 양자 컴퓨터 내부라는 한정된 환경에서, 양자역학의 원리를 기반으로 실현 가능함을 보이는 데 집중했다.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보자. 맑은 물에 잉크가 퍼졌을 때, 잉크가 '어디서 어떻게' 떨어졌는지 모든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역으로 계산해 다시 맑은 물로 만드는 것이 IBM의 방식이라면, 잉크가 어떤 종류인지, 어떻게 퍼졌는지 몰라도 원래의 맑은 물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 오스트리아 빈의 연구에 가깝다. 이전 과정을 몰라도 전체를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범용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양자 컴퓨터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IBM은 일반 슈퍼컴퓨터가 수십 년 걸려 계산할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압도적인 연산 속도와 최적화된 보안 통신 능력까지 갖춘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을 알아본 여러 기업은 이미 발 빠르게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우리 사회를 바꿀 기술 혁신의 거대한 물결, 그 중심에 있는 양자 컴퓨터의 미래를 계속해서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