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수행지옥' 됐다...개선 방안은?

중·고등학생들의 수행평가 수준이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행평가는 1990년대 학생들의 단순한 암기력이 아닌 창의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금은 '수행평가의 평가 수준이 너무 지나쳐 평가의 본래 목적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학교 현장에서 분출하고, 때로는 '수행평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좋은 목적으로 도입된 수행평가, 어떻게 지금은 이렇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일까?
한 학기에 대학생도 하기 어려운 수행평가만 40개 넘게 치른다
수행평가는 한 학기에 과목당 2개에서 5개까지, 총 9과목을 치르게 된다. 한 학기에만 최대 40개가 넘는 수행평가를 볼 수 있다는 것. 지필평가(중간·기말고사)와 병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양이다.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문화방송(MBC)과 인터뷰에서 "많을 때는 하루에 수행평가를 3개까지 했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그다음 수행평가를 계속 준비한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과도한 양의 수행평가 때문에 학교에서 쉴 틈도 없이 계속 수행평가 준비를 하는 것이다.
대다수 수행평가는 중·고등학생이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구성된다. 수행평가 중 평가 과제는 영작, 보고서 작성, 문학 작품 비평, 국악 연주, 저글링, 영어 연극 등 대학생도 어려워할 수준이다. 수행평가가 본래 목적과 동떨어져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행평가 밤새워서 준비해요”
학생들의 심각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큰 문제이다. 몇몇 학생들은 '수시'로 대학에 가는 것을 목표로 수행평가 준비에 열중하는 반면, 일부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포기하고 수능만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정시'를 위해 수능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도 보인다. 수능 공부에 본격적으로 몰입하려는 학생 중 몇몇은 학교를 그만두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일반고를 중퇴한 학생들은 1만 8,500여 명으로 4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양도 많고 준비하기 어려운 수행평가가 지필평가 전후로 한꺼번에 몰려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정시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문화방송과 인터뷰에서 "밤새워서 수행평가를 준비하다가 교실에서 쓰러진 친구들도 몇 명 봤다."고 전했다. 과한 수행평가를 준비하다 쌓인 피로로 학교생활에 지장까지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과도한 수행평가는 학생들에게 심각한 부담감과 스트레스, 망가진 생활 패턴으로 돌아온다.
수행평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이외에도 수행평가에 대해 '부모 숙제', '수행평가 알바' 등 학생이 직접 하지 않는다는 논란과 평가 기준이 모호해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필고사까지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수행평가 준비가 너무 벅찬 나머지 부모, 학원, 알바, 심지어는 AI에까지 의존하며 준비한다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이처럼 수행평가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7월, '과제형 수행평가나 과도한 암기형 수행평가는 수업 시간 내에 실시하고 숙제로 내주지 않겠다.'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미 2020학년도부터 과제형 수행평가를 지양하도록 권고했는데, 한쪽에서는 '교육부의 지침이 이미 현장에 적용 중인 원칙을 재강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형식적인 행정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몇몇 학부모들은 “수행평가 방식은 해당 교사와 학생이 결정해야지, 교육부나 교육청이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학교 내신에서 수행평가는 평균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듯 수행평가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은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병행하며 큰 고통을 겪는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는 교사들까지 수행평가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으며, 수행평가의 올바른 방향성을 다시 설정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