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추락하지 않는 사회, 기본소득으로 만들겠다"

윤김진서 기본소득당 은평구 지역위원장 인터뷰

"실패해도 추락하지 않는 사회, 기본소득으로 만들겠다"

기본소득’, 이재명 대통령 덕에 알게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재명 외에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세력이 있고, 심지어는 ‘기본소득당’이라는 정당까지 창당해 2020년부터 꾸준히 정치 활동을 해 오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단순하고 포퓰리즘적인 현금 살포를 넘어,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공유부’를 재분배하고,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기본소득에는 비판도 뒤따른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전통적 의미의 ‘생산성’이 하락하고, 현금을 전 국민에게 주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이러한 의문들을 해소하기 위해 윤김진서 기본소득당 은평구 지역위원장을 8월 13일 은평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김진서 위원장은 기본소득당의 창당부터 함께했고, 현재도 기본소득당 당직자로 일하고 있다. 은평구 지역에서 기본소득당을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은평구 현안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모두의 것은 모두에게’라는 기본소득당의 슬로건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본소득의 가치를 함축한 말입니다. 햇빛, 물, 바람, 토지와 같이 모두가 공유하는 ‘공유부’에서 나오는 가치와 빅데이터처럼 모두가 만들어낸 가치에서 발생한 부를 다시 모두에게 나눠야 한다는 사상을 담았습니다. 모든 개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존엄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다시 분배하는 것이 정의롭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분배정의’라고 하는데, 기본소득을 통해서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기본소득당의 비전이 슬로건에 담겨 있습니다."

기본소득당이 다른 당과 다른 점을 꼽아 주신다면.

"말하자면 너무 자랑이 길 것 같네요 (웃음) 그래서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첫째는 단일 이슈 정당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기본소득당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죠. 둘째로, 저희는 젊은 정당입니다. 당원의 절반 이상이 2030 세대이고, 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평균 연령이 34세로, 5060 남성들이 주류인 정치 영역에서 이렇게 젊은 정당은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용혜인 대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웃음) 대표이자 국회의원인 용혜인을 중심으로 ‘진심 정치’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기본소득이 정확히 뭔가요.

"기본소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동체가 모든 구성원 각각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돈)입니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가 불충분하다는 흐름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의 복지는 모두가 노동할 것을 전제하고, 노동하지 못하면 조금씩 지원하는 체제였는데, 최근에는 모두가 노동한다는 전제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간을 기계·AI가 대체하면서 ‘완전 고용’은 달성하기 불가능한 것이 됐죠.

기술이 인간을 점차 대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노동이 집약된 결과입니다. 기계도 결국 인간이 발명한 거고, 인간이 제조한 것이니까요. 즉, 과거에 쌓아왔던 인간의 노동이 현재 인간의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고 있는 이상한 상황인 겁니다. 기술 발전은 전 인류의 노동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집약돼서 나온 건데, 거기서 나오는 이윤을 인류가 공정하게 나누어 가져가고 있지는 않죠. 자본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의롭지 않다는 아이디어에서 기본소득이 등장했습니다."

기본소득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나요.

"기본소득의 종착지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입니다. 존엄은 ‘죽지 않을 만큼’이 아닙니다. 인간은 창의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더 나은 것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본성을 발현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존엄입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보장하는 기존의 복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각자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살면서 행복을 추구하고 도전하는 것, 실패해도 추락하지 않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 ‘존엄’일 것이고, 국가는 이것을 보장해야 합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일만 하는 사회보다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발전한 사회인 건 당연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는 것이 있죠.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비판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선 ‘무엇이 생산성이고, 생산성이 낮아지면 왜 안 되는가’를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노동 중심적이고,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식의 20세기적 사고방식입니다. 창의적인 것은 어떻게 생산성을 측정할까요? 도로를 만들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으로 생산성을 가늠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풀리기 때문이죠. 그러나 기본소득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소비가 촉진되고 내수가 진작됨으로서 발생하는 효과로 인해 상쇄될 거라고 봅니다.

한편으로 인플레이션은 '공포론'에 가깝습니다.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정부는 재정 지출을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빚이 없어야 하는데,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윤석열의 부자 감세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세금을 국가에 내는 대신 시장에 돈이 돌겠죠. 그러면 그것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기본소득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하고는 결과가 다릅니다. 부자 감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타격이 국민에게 그대로 갔지만, 기본소득은 개개인에게 소득이 되는 만큼, 완충 효과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우선 증세가 필요합니다. 소득 분위에 따라 증세하면 세간의 비판과는 달리, 대다수 국민은 기본소득으로 이득을 보게 됩니다. 소득 최상위 계층을 제외하면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습니다. 부유층에게 세금을 많이 걷고 더 많은 사람에게 분배했을 때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더 안착할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증세로 모든 재원을 마련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당이 20대 대선에서 내놓은 ‘미래 투자 국가’도 재원 충당 방법의 하나입니다. 미래 투자 국가라는 것은, 국가가 AI 등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거기서 나온 이윤을 국민에게 분배하는 방식입니다.

목적세’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탄소세’가 있습니다. 모두가 공유하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이윤을 얻는 기업의 이익을 분배하면 탄소 배출 저감의 효과도 있고, 분배정의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고 있습니까.

"해외에 생각보다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에 실험한 건데, 베를린에서는 일부 시민들에게 한국 돈으로 170만원가량을 매달 지급하고 만족도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복지국가라 행복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본소득이 있을 때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고 합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봉사와 같이 사회 기여 활동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개개인의 행복도를 높여 주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거죠."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혁신파크 민간 매각이 아무 기업도 응하지 않아 무산됐죠.

"저도 혁신파크에 사무실도 얻어서 쓰고, 비건 식당까지 자주 이용했는데요. 사회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혁신파크가 지역사회에서 만들어내던 효과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혁신파크 부지는 하루빨리 주민에게 돌려줘야죠."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당의 전략은 어떻게 됩니까.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당은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국민들께 인정받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어디서든 기본소득당을 지지한다면 기본소득당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직접 출마하실 생각은 없나요.

"저는 의회 정치보다는 지방 행정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는 은평구청장을 해보고 싶은데요. 일단 내년 지방선거 출마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정치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이태원 참사 당시의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고등학생 때 또래들이 사고를 당한 세월호 참사도 겪었는데,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평균 나이대도 제 또래였어요. 당시 용혜인 의원실에서 일하며 국정조사를 준비했는데, 유가족 분들을 만나 “용혜인 의원실 덕에 우리도 힘내고 있으니 지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계속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은평 지역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말씀 주신다면.

"너무 고생이 많으십니다. 험한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서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이 사회 변화를 특히 빠르게 체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부족한 면들을 더 빠르고 많이 포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이 ‘어른이 되기 전 단계’나 ‘미숙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고 똑같이 존엄한 동료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도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