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Z세대가 정권 끌어내린 '이 나라'
[인터뷰] 네팔 현지 청년 활동가 아유시 포우델씨... "임시 총리 제 역할 못 하면 다시 거리로 나설 것"

"우리는 부패한 권력자와 싸워 이겼습니다."
최근 네팔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던 한 청년 단체의 대표 아유시 포우델(Ayush Paudel)씨의 말이다.
포우델씨는 현재 23세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살고 있다. 그는 시위 시작 직후, 평화적으로 행진하던 청년·청소년들이 총칼에 맞아 죽는 것을 보고 단체 설립을 결심했다. 그가 지난 6일 설립한 'Nepal GenZ Youth Club 2025'는 평화주의적·비정치적 활동을 표방하는 비영리 단체로, 현재 약 1700명의 네팔 청년들과 함께하고 있다.
<토끼풀>은 지난 16일 밤, 지역 경찰서 복구 작업을 마치고 귀가한 포우델씨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지친 기색이 엿보였지만, 네팔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힘이 실려 있었다.

네팔은 2008년, 민중 봉기로 왕정 국가에서 민주주의 공화국이 됐다. 지금은 네팔 공산당이 주로 집권하는 의원내각제 국가다. 네팔은 상당히 젊은 국가이기도 하다. 중위 연령이 25세 정도다.
비교적 최근 민주화를 달성했고, 젊은 인구가 많아 앞으로의 성장도 담보된 것처럼 보이는 네팔이 왜 시위로 정권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은 부패한 정치인 때문"이라고 포우델씨는 말했다.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청년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는 것.
"SNS 차단 때문 아니다... 진짜 이유는 정치인들의 부패"
우리나라 일부 언론에서는 '네팔 청년들이 정부의 SNS 금지에 분노해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시위의 주된 동기는 SNS 차단이 아닌, 정치인들의 부패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네팔 청년들의 평균 소득은 400달러(약 55만 원) 수준인데, 부패한 정치인들의 자녀들은 루이비통 등 명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SNS에 찍어 올립니다."
문제는 불평등이라고 포우델씨는 호소했다. 이러한 모습에 청년층 사이에서 불만이 조금씩 나오던 사이, 정부가 불평등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을 내놓는 대신, SNS 사용을 금지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포우델씨는 "물론 SNS를 차단해도 VPN이나 프록시로 우회할 수 있다"며, 실효성 없는 SNS 차단보다는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근본적 불만이 시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평화롭게 시위한 청년들...실탄 쏜 군경에 분노"
청년들이 거리로 나왔다. 거리로 나온 청년들은 부패한 정치인들을 처벌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오히려 군경을 동원해 총칼을 들이댔다. 청년들의, 학생들의 머리와 가슴에 실탄을 쐈다. 공식적으로는 72명이 사망했다. 더 많이 사망했다는 관측도 있다. 포우델씨는 "아직 상황을 수습 중이기 때문에 사망자는 공식 집계보다 더 많을 것이다. 1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네팔 국회의사당이 불타는 사진이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네팔에서 과격한 폭력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대다수 청년들은 평화적으로 시위했다고 한다. 포우델씨는 "공공 시설을 파괴한 사람들은 극히 일부의 극단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의사당에 불을 지른 것도 무조건 시위대의 잘못은 아니라고 했다.
"9월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해 20명의 시민이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래서 분노한 사람들이 국회의사당을 파괴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들은 이미 겁에 질려 도망쳐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수를 쓰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다룬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9월 8일 네팔 두 도시에서 최소 19명이 사망했다고 당국이 밝혔"으며, "수도의 경찰은 소셜 미디어 차단과 부패에 대한 분노로 의회를 습격하려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한다.
SNS로 빠르게 의견 전파... "아동 인권침해, 국제사회 개입 필요"
청년 시위대는 리더도 없다. SNS로 빠르게 의견을 모으고 표출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가 가진 특출난 능력은 SNS를 통한 의견의 빠른 전파입니다. 평화적으로 시위하기 때문에 복잡한 조직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포우델씨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기득권을 향해) 질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동의 머리에 총을 쐈습니다. UN과 국제 인권단체들이 이 문제에 개입해야 합니다."
지난 13일경, 시위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청년 세대는 혼란을 수습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포우델씨는 결연하게 말했다.
"우리의 주요 목적은 이미 달성됐습니다. 정치인들은 겁에 질렸습니다. 부패를 저지르면 더 이상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줬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국가 재건 위원회에 다양한 계층 참여"
포우델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나라를 재건하고 다시 관광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국가적으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임시 위원회가 조직됐습니다. 많은 단체가 연합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국가 운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임시 위원회는 6개월만 활동하고, 6개월 후 전국에서 민주적인 선거를 치른다. 6개월간 국정을 맡을 임시 총리로는 전 대법원장인 수실라 카르키가 임명됐다. 그런데 누가 권력을 잡는지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권력을 잡던, 잘못된 일을 한다면 다시 시위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이틀 만에 정부를 뒤엎었습니다. 정치인들은 잘못된 일을 하면 엄벌에 처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카르키는 6개월의 임시 총리입니다.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하는 것이 그녀의 주된 임무입니다. 만일 그녀가 올바르지 않은 일을 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거리로 나설 겁니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보는지 묻자, 포우델씨는 이렇게 답했다.
"기성세대는 왕정을 몰아냈습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때 등장한 정치인들을 신뢰했습니다. 그때는 정치인들이 좋은 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정치인들의 나쁜 모습들만 봅니다. 우리는 인터넷이 있고, 우리의 세금이 다른 곳으로 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신뢰했던 정치인들이 부패한 것을 보고 청년층이 분노했다는 것이다.
파우델씨는 마지막으로 "부패한 사람들과 항상 싸워야 한다"라며 "쥐도 새도 모르게 나라가 파괴될 수도 있다. 부패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