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없는 자율동아리...스펙 쌓기용으로 변질

강봄 기자

현재 많은 학교에서 '자율동아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학생이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활동으로 소개되지만, 실제 동아리의 운영을 들여다보면 '자율'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활동 내용이나 계획서를 교사가 승인해야 하며 학교 일정에 따라 활동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름만 자율일 뿐 철저히 교사의 관리 아래 이루어지는 형태인 것이다.

자율동아리가 추구하는 본래의 목표는 학생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협동하며,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탐구하는 것이다. 즉, 학교가 정한 틀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의 창의적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상적 자율동아리는 교사의 간섭이 최소화되어 학생이 주체적으로 계획과 그 모든 진행의 전반을 도맡는 구조이다. 이러한 경험은 탐구 역량뿐 아니라 학생에게 책임감과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는 교육적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행정적 제약들과 학교 문화가 동아리의 자율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예산 사용의 어려움, 공간 부족, 교사의 승인 절차 등으로 인해 학생의 자율성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활동 공간의 경우 대부분의 자율동아리 활동이 학생들의 하교 후 빈 교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동아리에 따라 열악한 환경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 활동이 어렵기도 하다.

입시 중심 교육의 영향으로 자율동아리가 평가용 활동으로 변질되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의 진정한 흥미를 탐구하기보다는 '스펙 쌓기'를 위해 동아리를 운영하고 참여하는 상황이 생긴다.

입시와 경쟁에만 집중되어진 현재의 교육 현실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에만 몰두하며, 학생 주도 의미를 체험할 기회를 잃고 있다. 시험 점수가 아닌 참여와 성장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학교는 비로소 진정한 교육의 공간이 될 것이다. 자율동아리의 '자율'이 회복되는 일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학생 주도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학생이 진행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을 뜻한다. 동아리 활동이 진정한 학생 주도형으로 발전하려면, 교사는 지도자가 아니라 지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 스스로도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율동아리가 이름뿐인 제도가 아니라, 진정한 학생 중심의 활동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 모두의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는 일정한 규제 속에서도 학생의 선택권과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학생은 주어진 자유를 책임감 있게 활용해야 한다. 자율이 허울뿐인 단어를 넘어 학교 문화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가치가 될 때 비로소 학생 주도의 의미가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