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AI 시대, 조급함보다 다양한 경험으로 경쟁력 키워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인터뷰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대한민국 제1야당의 최연소 당 대표로, 그리고 이제는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을 이끄는 국회의원으로. 이준석 의원의 행보는 늘 파격과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불혹을 앞둔 그는 ‘웬만한 경험은 다 해봤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후회 없는 정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청소년의 시각에서 그의 정치 철학과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지난 12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준석 의원을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정치는 어떻게 입문하게 되셨나요?
"원래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교육 봉사 단체를 운영했습니다. 이 단체가 유명해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잠시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보람을 느끼게 되어 계속하게 됐죠. 2016년부터 선거에 도전해 8년 만에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개성이 강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원님만의 정치 신념이 궁금합니다.
"정치는 결국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리고 책임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조언에 흔들리기보다, 남들보다 더 깊이 고민해서 조금이라도 더 옳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남들이 다 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제 생각에 아니면 제 길을 가는 겁니다. 주식 투자로 치면 워렌 버핏도 90%가 아닌 60%의 확률로 오를 주식을 맞혀서 부자가 된 것처럼요. 이런 고독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질 수 있을 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들의 교통비 부담이 큽니다. 기후동행카드나 K-패스는 청소년 혜택이 거의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요?
"기후동행카드는 제가 서울시장 선거 때 ‘버스 지하철 정액권’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안했던 공약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카드는 최근까지 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청소년용 버전 등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 측에서도 청소년 버전을 만들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기에, 단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GTX 노선 편입이나 경기도 지자체 확대 등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적자 구조를 감안하면서도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분명히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흡연 문제, 특히 신분증 위조를 통한 담배 자판기 구매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운전면허증처럼 신분증이 점차 전자화되면 위조를 통한 구매는 어려워질 겁니다. 다만, 어린 시절 호기심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그걸 100% 막을 수도 없고요. 개인의 자유에 대해 관대한 편이라, 마약 같은 심각한 단계로 가지 않는 한 일시적인 호기심이나 일탈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꼴초가 되는 건 문제지만, 명절에 어른이 술 한 잔 권하는 문화처럼, 일시적인 경험 자체를 과도하게 억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약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입장이신 것 같습니다.
"마약은 술·담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손대는 순간 인생이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엄격하게 다뤄야 합니다. 학교 정화조의 하수 성분을 검사하면 미량의 마약도 100% 검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추적하면 중독된 학생을 찾아낼 수 있죠. 누군가를 잡자는 의미보다는, ‘이렇게 하면 반드시 걸리니 절대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의 의미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법안을 고민해 본 적도 있습니다."
-AI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오히려 지금보다 공부의 강도를 훨씬 높여야 하는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AI와 로봇의 발달로, 개인의 생산성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가치가 0이 되어 직업을 잃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AI보다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 로봇보다 배달을 못 하는 라이더는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계를 최대한 높여놓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학교 공부를 많이 한다고 AI를 이길 수는 없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중요한 것은 국·영·수 지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논리적 사고력과 판단력입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얻는 사고력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요. 이런 기초 자산은 AI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여러분 세대의 경쟁력은 ‘주어진 정보 안에서 얼마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에 달릴 겁니다."
-최근 도입되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이 교과서 기반의 순차적 학습 모델은 앞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교과서의 초기 모델은 단순히 정답률에 따라 다른 문제를 내주는 수준일 수 있지만, 이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입니다. 바둑 AI 알파고가 처음에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하다가 나중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며 승리했던 것처럼, 교육 데이터가 쌓이면 기존의 교육 순서나 방식을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상관관계를 발견하고 훨씬 효율적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질 겁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진로에 최단 거리로 도달하겠다는 목표만 세우면 쉽게 지칩니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최대한 넓은 면적을 훑고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효율성 경쟁에서는 AI와 로봇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력과 새로운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AI 시대를 대처하는 길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