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탈성장' 시대

이제는 '탈성장' 시대
Photo by Marija Zaric / Unsplash

안녕하십니까. 토끼풀의 편집장 문성호입니다.

기본소득당 은평구위원장님 인터뷰와 독일 녹색당 의원님 인터뷰 기사 잘 보셨나요? 저는 이 두 분을 인터뷰하면서 기후변화와 경제 성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후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류가 이룬 현대 문명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친환경에너지라도 송·배전망 구축과 운영이 탄소를 배출하고, 아무리 분리수거를 해도 ‘자원순환센터’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니까요. 전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차 자체는 친환경이라고 해도 결국 전기 생산이 비친환경적입니다. 그러니 친환경에너지를 말하기 전에 전기를 덜 써야 하고, 분리수거를 말하기 전에 일회용품 생산을 줄여야 합니다. 핵심은 전환이 아닌 ‘감축’입니다.

‘현대 문명’의 중심에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는 끝없이 이윤을 창출하고 규모를 키워야만 유지됩니다. 각국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성장의 궤도를 따라가려 애씁니다. 이를 기반으로 노동 집약적 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하는 사회 구조가 공고해졌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이 모델은 이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습니다. 이러한 경제 성장이 전 세계적으로 무한히 지속될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최근의 극단적 기후 상황은 지구가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징후입니다.

물론 혹자는 ‘녹색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과 탄소 배출을 분리할 수 있으며, 따라서 성장을 멈출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희망적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기술 발전의 속도가 기후위기의 가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설령 탄소 배출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 해도,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희귀 광물을 채굴해야 하고, 다양한 자원을 이용해야 합니다. 결국 ‘녹색’이라는 이름표를 붙였을 뿐, 자원을 끊임없이 소비해야 유지되는 성장 모델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기술은 현재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인 ‘과잉 생산과 성장’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위기를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맹목적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제 성장은 불평등이라는 커다란 문제도 만들었습니다. 노동 집약적 사회가 만들어낸 생산물은 자본이 독점합니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경제 성장이라는 프레임을 깨야 합니다.

더 많이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는 삶의 질과 인간의 존엄, 생태적 균형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