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라는 이름의 퇴행...인권과 참여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원견명찰 -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교육'이라는 이름의 퇴행...인권과 참여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도중에 휴대폰으로 딴짓을 하는 건 옳지 못하며, 업무에 집중해야만 한다는 데 다들 동의할 것이다. 내부 정보나 고객 또는 동료에 대한 욕을 SNS에 올려서 문제가 되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니까 「근로기준법」에 이런 조항을 추가한다면 어떨까? “근로자는 근로 중 업무와 상관없이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회사)와 중간 관리자는 그 밖에도 근로자의 휴대전화 등의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아마도 노동조합 및 노동자단체들은 물론, 꽤나 많은 노동자가 즉각 반발할 것이다. ‘일할 때 딴짓을 하면 안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라도 (실제로는 다들 잠깐씩 해찰하기도 하고) 법률에 이러한 내용을 박아 넣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기업에서 규칙을 정하거나 인사 조치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법으로 만드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고 커다란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아니, 애초에 법안 발의 자체도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 8월, 국회에서 바로 그런 법률을 제정했다. 다만 그 대상은 초중고 학생, 법안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었다. 통과된 ‘학생 스마트기기 금지법’에는 여러 내용이 담겨 있긴 하나 당장 학교에 영향을 미칠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학생은 수업 중에 휴대폰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 오로지 교사가 허락할 때만 쓸 수 있다. 둘째, 학교장과 교사는 수업 중이 아닐 때도 학생의 휴대폰 등 스마트기기의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 법은 2026년 1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학교에서의 소지 자체까지 금지할 수 있어...교사 개개인의 권한도 강화

일부 언론은 이 법에서 ‘수업 중 사용 금지’만 주목하여 보도했다. 그런데 이미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업 시간 중 휴대폰 사용이나 교육활동에 방해되는 경우 등은 규제, 제재의 대상이다. 따라서 큰 변화가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학교생활에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둘째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쉬는 시간에도 휴대폰을 완전히 못 쓰게 하거나 소지를 금지하는 일까지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는 58.2%의 중·고등학교가 등교 시 일괄 수거 등으로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약 40%의 학교들은 그래도 휴대폰을 갖고 있을 수 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사용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학생 스마트기기 금지 법 제정 이후 아예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학교, 등교 시 일괄 수거하는 학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포괄적으로 제한할 권한을 가진 주체가 ‘학교장과 교사’인 점도 문제다. 교사 개인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령 휴대폰 소지와 점심시간 사용이 허용된 어느 학교에서도, 교사 한 명이 점심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학생을 보고 휴대폰을 압수해 가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이 법은 바로 그런 일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이 빚어지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학교들은 휴대폰을 일괄 수거하거나 아예 학교에 갖고 오지 못하게 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여가 시간의 소통까지 차단

많은 사람이, 학생이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휴대폰만 보고 있거나 딴짓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어떤가?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사진을 찍거나, 게임을 해선 안 되는가? 압수 문제는 또 어떤가? 휴대폰이나 패드를 뺏겨 며칠씩 돌려받지 못해도 정당한가?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고, 〈토끼풀〉 같은 신문을 만들며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런 소통과 통신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까지 모두 차단당해도 되는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를 비롯해 국제인권기구들은 청소년의 온라인 접근권과 이를 통한 참여 기회 확대를 명시해왔으며, 학생들의 입체적인 삶과 제한의 적절한 방식 등 고려할 점이 많다. 학생 스마트기기 금지법은 이런 여러 측면을 따져 보지 않았으며, 법이 인권 침해를 조장할 위험은 없을지 고민하지 않은 듯 보인다. 오직 학교에 학생을 통제할 권력을 주려는 일관된 의지와 학생의 권리는 더 쉽게 박탈해도 된다는 태도만 담겨 있다. 법을 만들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권과 참여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이 법이 학교와 사회에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여질지, 앞으로도 학생의 인권을 또 어떻게 무시하고 후퇴시킬지가 걱정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