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 롤모델 '독일 티켓'...독일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Victoria Broßart(빅토리아 브로사트) 독일 연방의원 인터뷰

기후동행카드 롤모델 '독일 티켓'...독일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빅토리아 브로사트 의원. ©Sarah Broßart

지난해부터 서울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후동행카드’ 정책, 서울시가 이 정책을 처음 만든 건 아니다. 기후동행카드의 원조격인 정책은 독일 전국에서 시행되는 ‘독일 티켓’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의 이용을 촉진하려 도입됐다. 2022년부터 시행돼 독일 사회에 널리 자리잡았다.

독일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도 활발하다. ‘청소년의회’가 지자체 단위에서 뿌리내렸고, 청소년의 정당 활동도 폭넓게 보장된다. 지방의회나 연방의회에서 청년 의원의 비율도 한국보다 훨씬 높다. 한국은 현재 20대 국회의원이 전무한 반면, 독일은 전체 의원의 7%가량인 42명이 청년이다. 어떻게 이렇게 청소년·청년 정치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독일 티켓’ 등 교통 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32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이 됐을 만큼 청년 정치에 대해서도 해박한 독일 연방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빅토리아 브로사트(Victoria Broßart) 녹색당 의원을 지난 1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청년 의원이신데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연방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빅토리아 브로사트입니다. 바이에른 주에서 살고 있고, 올해 32세입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기계와 철도 공학자로 일했는데요, 올해 초 총선에서 당선되어 대중교통과 자전거·보행자에 대한 법률을 만드는 정치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녹색당의 이념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녹색당의 핵심 가치는 기후변화를 막는 정책과 환경 보호, 페미니즘, LGBTIQ들의 권리와 사회 정의입니다."

독일 티켓 정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코로나19 시기, 인플레이션이 심화됐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기름값을 안정시켰습니다. 그런데 저희 녹색당은 이것이 자가용 차주들에게만 이득이 된다고 주장했고,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도 비슷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저렴한 대중교통 정액권이 생긴 건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도 ‘독일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독일 티켓’은 전국의 지하철, 버스, 기차와 전차에서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은 58유로(약 9만원) 정도밖에 안 합니다. 보통 한 도시에서만 쓸 수 있는 통근 정기권이 70에서 250유로(11만원에서 40만원가량)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합리적이죠."

기후동행카드는 올 하반기부터 청소년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인데, 독일 티켓에 청소년 할인은 없나요?

"연방정부 차원에서 18세 미만에게 할인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지자체에 따라서 학생에게 큰 폭의 할인 혜택을 부여하거나 무료로 독일 티켓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 티켓이 상용화되고 나서 사회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우선 대중교통 이용이 전체적으로 7%가량 증가했는데요, 몇몇 노선은 이용객이 25%나 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요금이 49유로(약 8만원)에서 58유로(약 9만원)로 인상되고 난 뒤에는 백만 명 넘는 사용자들이 ‘독일 티켓’에서 빠져나갔습니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에게 요금 인상은 치명적이었죠. 이러한 사례로 알 수 있듯이, 가격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경제적·정치적으로 독일 티켓이 직면하는 문제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독일 티켓은 정부 지원에 의존합니다. 결국 58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새로 들어선 정부가 세금 투입을 줄이는 것에 대해 의논하고 있습니다. 독일 티켓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이렇게 정치적인 논쟁에 의해 정책이 바뀌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합니다."

독일의 청소년 정치 참여가 상당히 활발하다고 들었는데요, 이렇게 선진적인 청소년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독일은 정치가 학교 과목으로 있습니다. 학생들은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와 각 정당들의 핵심 가치에 대해 배웁니다.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청소년 총선’을 치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지만, 선거에 대해 현실적으로 체험하는 기회가 됩니다.

상당수 지방의회도 ‘청소년의회’를 통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대부분의 정당들도 청소년 조직을 둡니다. 저희 녹색당도 ‘청소년녹색당’이라는 조직이 있는데요, 녹색당의 정책 결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더 나아가서는,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제 의원실도 이러한 인턴십에 열려 있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탄핵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이 있죠. 독일은 극우 문제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겪은 나라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극우 세력의 성장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남녀 간 성향의 갈등이 있는데, 많은 남성 청소년들은 극우 정치인들과 정당을 지지합니다. 저는 그들이 시야가 좁고, ‘극우적 남성성’에 매혹됐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여성 청소년은 좌파·극좌 정당을 지지하는데, 평등권과 신체적 자유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극우 문제는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성 청소년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리적 가격의 주거 공간과 좋은 노동 환경, ‘긍정적 남성성’ 등 가치들이 확보되면 극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청소년 시절에도 정치인이 되고 싶으셨나요?

"어렸을 때는 공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엔지니어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이 세상의 문제들이 모두 과학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경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들은 정치로 해결돼야 합니다."

정치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올해 2월 총선이 있기 며칠 전, 한 할머니께서 제게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를 물으셨습니다. 운전을 못 하시는데, 일요일에는 그분의 마을에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좋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들도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위해 제가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정치인이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좋은 사람들을 찾아서 조직을 만들고, 열심히 일하면 됩니다. 남들이 ‘당신은 너무 어려서 이해할 수 없다’거나 ‘해낼 수 없다’고 이야기하도록 하지 마세요. 많은 인내가 필요하지만, 결국은 성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