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미향·최강욱 사면, 조심했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강욱 전 의원 등이 포함된 이번 사면은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적 파장이 큰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이번 사면이 ‘정치 사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국 전 대표 부부는 직위를 이용해 자녀의 입시 비리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아 결국 형을 확정받았다. 이는 노력하는 수험생들과 부모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이런 조 전 대표 부부를 사면하는 것이 우리 사회 공정과 책임의 가치를 무너트려 사회 통합을 저해할 것이란 반발이 나온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이다. 윤 전 의원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는 광복절이라는 상징적인 날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것이 곧 국민적 공감과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면이 사법부의 판단을 무력화하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의 결과물이 된다면 이는 국민 통합이 아닌 국민 분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면 논란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면의 기준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고, 여야는 입장이 바뀔 때마다 똑같은 말을 뒤집는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비판하던 정치인들이 이번에는 ‘사회 통합’와 ‘명예 회복’을 말하고 있고, 당시 이를 옹호하던 측은 이번에는 ‘같은 편 챙기기’라고 반발한다.
이처럼 진영 논리에 따라 입장이 180도 달라지는 건 정치인 사면의 원칙과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탓이다. 사면권의 남용을 막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최소한 사면의 범위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객관적인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깊은 숙고 속에 국민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함께 살핀 것으로 보인다”며 “내란을 종식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검찰독재의 무도한 탄압 수사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삶과 명예를 되돌려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정치인에게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의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조국 전 대표 부부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윤미향 전 의원은 현재 기부금을 돌려 달라는 법원의 명령에도, 후원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피해자와 사회가 입은 상처는 복구되지 않은 채,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도 없이 권력의 결단만으로 면죄부가 주어진 것이다.
사면은 통합의 도구이지, 정치 보상의 수단이 아니다. 여야 모두 이 상식적인 원칙부터 다시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