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증, 이름뿐인 정책을 넘어서려면
청소년증을 만들었습니다. 청소년증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청소년증은 9세부터 18세까지 청소년에게 국가에서 발급하는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과 법적으로 동일한 효력을 지닙니다.
청소년증은 지난 2003년, 비학생 청소년(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증이 없어 신원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도입된 신분증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청소년증은 실제 청소년들 사이에서 보편화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나름 ‘청소년을 대변하는 언론’을 만드는 제 주변에도 청소년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청소년증 발급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학교 등 청소년들이 많이 있는 현장에서 청소년증 발급에 대한 홍보는 전무합니다. 학교에 포스터라도 부착돼 있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텐데, 여성가족부(청소년증 주무부처)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청소년 인구가 약 800만 명인데, 지난해 청소년증 발급 건수는 15만 건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매우 저조한 수치입니다.
청소년증이 주민등록증과 이론상 동일한 신분증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증은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는 청소년증 소지자에게 10% 할인을 제공하지만, 학생증과의 차별점은 그게 끝입니다. 청소년 할인을 받는 데만 쓰이는 ‘쿠폰’인 셈입니다. 은행 거래를 할 때도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청소년증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과는 달리 ‘진위확인 시스템’이 없어서 비대면 거래에는 이용되지 못하고, 창구에서 거래할 때도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청소년증은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대한민국 10대 차별 시정’에도 포함돼 있을 만큼 좋은 정책입니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실질적으로 청소년들이 많이 발급받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정책 효능감도 떨어집니다. 청소년증이 만들어진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은행에서의 비대면 거래 등 할인보다는 신분 확인을 해야 할 일이 더욱 늘어났습니다. 청소년증의 기능을 주민등록증과 동등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청소년증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단순히 좋은 정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을 넘어, 비학생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청소년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차별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청소년증을 활성화하고 ‘본인확인 시스템’ 등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