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했는데 월급도 못 받는다고?

요즘 청소년이 학업을 병행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사회 경험을 쌓고 경제적 독립을 조금이나마 맛보기 위해 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카페, 편의점, 음식점, 배달 보조 등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 뒤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숨어 있다. 청소년들이 법적 권리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다 보니 불이익을 당하거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현행법상 만 15세 이상이면 부모의 동의 하에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 그러나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특별한 보호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청소년은 야간근로, 위험한 작업, 유해 업종에서 일할 수 없으며,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 제한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업주는 청소년이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편의대로 근무를 시키거나 계약 절차를 생략한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청소년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 체불의 문제
청소년 아르바이트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임금 체불이다.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근무 시간을 모두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떤 경우에는 일한 시간보다 적게 임금이 계산되거나, 휴식 시간을 과도하게 빼고 시급을 산정하는 일도 벌어진다. 법적으로는 지급일이 지나 하루라도 임금이 지연되면 체불이지만, 청소년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기다리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민준 정의당 청소년위원장은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청소년 노동자가 체불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라진 근로계약서
근로계약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다. 계약서에는 임금, 근로시간, 업무 내용, 휴일 등 기본적인 조건이 명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일하는 현장에서는 이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2022년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노동자 37%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계약서가 없으니 이후에 문제가 생겨도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고, 결국 불리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첫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는 청소년은 계약서의 필요성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도 안 쓰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피해로 이어진다.
낮은 노동권 인식 수준
청소년들은 노동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임금명세서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사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일하다 다치면 산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무지가 아니라, 청소년 노동권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서민준 위원장은 “학교에서 직접 근로계약서를 써 보는 등 경험 위주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
청소년이 아르바이트에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첫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임금, 근무 시간, 휴일, 업무 내용이 빠짐없이 기록되어야 한다. 둘째, 임금을 받을 때 임금명세서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실제 지급된 금액이 정확한지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임금 체불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나 청소년근로보호센터(1600-1792)에 신고할 수 있다. 넷째, 주 15시간 이상, 1년 이상 근무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일하다 사고가 나면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꼭 알아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지식이 청소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사회 전체의 역할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학교는 노동권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권리를 알리고, 부모는 아이들이 일할 때 법적 절차가 잘 지켜지는지 살펴야 한다. 사업주 또한 청소년을 값싼 노동력으로 보지 않고 정당한 근로자로 대해야 한다. 청소년 스스로 권리를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과 함께, 사회가 이를 지지하는 환경이 마련될 때 비로소 안전한 아르바이트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준비된 청소년이 안전한 경험을 만든다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을 넘어 사회를 배우는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권리를 모른 채 일을 시작한다면 피해를 입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청소년이 스스로 권리를 배우고 지킬 때 비로소 아르바이트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학교, 가정, 사회 모두가 함께 책임을 나누면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진정한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