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 금지에 강제 압수...언론 탄압이다
신도중학교의 언론탄압, 강력히 규탄한다
최근 신도중학교에서 <토끼풀>의 배포를 금지하고 이미 배포된 신문 전체를 압수하는 일이 있었다. 학생 인권 침해에 언론 탄압이다.
<토끼풀>은 학생 언론이다. 중학생 서른두 명이 모여 기사를 쓰고 매달 신문을 낸다. 학교에 대해 쓰기도 하고, 사회 이슈에 대해 쓰기도 한다. 신문은 1천 부 인쇄해 은평구 4개 학교에서 직접 배포한다. 작년 4월 창간돼 이번에 17호를 낸다.
<토끼풀> 보도로 바뀐 것들도 많다.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할인 혜택이 없는 문제가 지속적인 지적 끝에 해결됐다. 연신중학교에서는 교내 공사 중 노동자들의 흡연과 소음 문제를 보도해 시정됐다. 살아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고 민주시민교육이다.
아무리 학생들이 만드는 ‘아마추어’ 언론이라 해도 헌법에 명시된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 제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신도중학교는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며 <토끼풀>을 억압하고 있다. 신도중학교에는 5명의 기자가 활동 중이고, 지난 15호 신문부터 배포가 시작됐다.
8월 28일, 15호 신문을 배포한 직후 학교는 “모든 인쇄물 배포를 금지한다”며 300부가량의 신문과 기자 모집 포스터를 압수했다. 불과 며칠 전 1·2학년부장에게 포스터 부착과 신문 배포를 구두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였다. 신문 배포 금지 통보를 받은 학생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윗선(교장·교감)에서 금지한 것 같았고, 부장교사 선에서 한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박선영 교장을 직접 찾아가 만나보기도 했는데, “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제2·3의 학생 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토끼풀>은 즉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신도중학교가 어떤 근거로 배포를 금지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문서를 정식으로 공개하라는 취지였다. 10일 뒤 답이 돌아왔다. 이경준 교감이 직접 작성한 문서로, “교육의 중립성, 교육활동 침해 여부, 학부모 민원 발생 소지 등을 고려하여 결재를 받고 유인물·게시물을 게시, 배포하도록 조치하였고, 해당 사항은 ‘부장회의’에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본래 청구의 요지였던 상세한 근거 조항과 절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신도중학교와 <토끼풀> 간 오간 정보공개 원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공개 도돌이표...근거 제시 못해
학교 측이 청구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1차 정보공개에서 ‘교육활동 침해’와 ‘교육의 중립성’을 운운한 만큼, 어떤 근거로 <토끼풀>을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했는지, ‘중립성’에 어긋나는 부분은 어딘지도 물었다. 답변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중립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교육활동 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금지했다”고 이경준 교감은 썼고, 박선영 교장이 결재했다.
납득하기 어렵다. 2차례 주고받은 정보공개 내용은 중학생 수준의 법 지식으로 반박할 수 있는 정도로 허술하게 쓰여졌다. 근거와 절차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고, 책임 면피에만 급급했다.
학생들이 만드는 유인물의 배포와 게시물 게시를 금지하는 것부터 위헌·위법이다.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메이저 언론사를 폐간시키는 것과 같다. 지금이 전두환 정권 때인가. 아무리 결재를 받으면 허가해 준다고 해도, ‘결재’ 자체가 위헌적이다. 이것이야말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 아닌가.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교사와 학교 자체에만 부여된다. 학생은 얼마든지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일개 학교의 교감·교장이라는 자가 「교육기본법」도 모르나.
‘교육활동 침해’는 ‘교권 침해’의 다른 말이다. <토끼풀>이 어떻게 교권 침해인가. 오히려 일선의 선생님들은 <토끼풀>을 응원하고 계신다. 기고나 후원으로 적극적인 지지를 표하기도 하신다. 배포 금지와 압수야말로 학생 인권을 극도로 침해하는 행위다.
‘부장회의’에서 배포 금지를 결정했다는 것도 상당한 위법의 소지가 있고, 이 대목은 사실이 아닐 여지도 보인다. 일단 부장회의는 학생 언론의 배포를 금지하고 신문을 압수할 권한이 없다. 일개 학교 부장회의가 대통령보다 강력한가. 또 앞서 언급했다시피, 배포 금지를 통보받고 교장을 찾아간 기자들이 들은 것은 “교감·교장이 배포 금지를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려 허위 사실을 쓴 것이라면, 「형법」의 공문서 위조와 허위공문서작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대 10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10만원어치 신문 ‘강탈’
멀쩡히 배포된 신문을 압수한 것도 문제다. 신도중학교 학생생활규정에 따르면, 담배나 부탄가스, 음란물 등 ‘소지 금지 물품’을 최대 3일간 학생으로부터 분리보관할 수 있다. 일단 신문이 ‘소지 금지 물품’에 해당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고, 압수 기간도 3일을 훌쩍 넘었다. 압수당한 신문의 원가만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사전에 협의하지도 않았다. 부장교사들이 무단으로 수거한 뒤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가히 ‘강탈’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한 행위다.
<토끼풀>의 배포를 막은 뒤, 신도중학교 측은 교내의 모든 게시물에 학교장 직인을 찍는 것을 의무화했다. 1천 명에 달하는 학생들 전체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다.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뭐가 두려워서 학생들의 입을 틀어막나.
단순히 계산해도 신도중학교 측은 10개가량의 법률을 위반했다. 합법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민주적인 논의도 없었다. 근거도 미약하다. 정보공개청구에 불성실하게 답했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는 알 수 없지만, 추정해 보건대 신도중학교 학생생활규정의 ‘불온 문서’나 ‘교칙 문란’에 해당하는 것 같다. <토끼풀>이 불온 문서인가. 애당초 해당 조항부터 위헌·위법이다. 21세기라고는 믿기 어려운 극악무도의 언론 탄압과 인권 침해다.
신도중학교는 이번 사태를 민주적인 교육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무작정 학생들의 입을 막는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목소리의 표출을 보장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공간이다. 국민이 다 아는 상식이고, 1987년 이후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문화다. 신도중학교는 아직 80년대에 있나.
<토끼풀>은 신도중학교에 요구한다. 위헌·위법적인 신문 배포 금지 조치를 즉시 철회하라. 부당하게 압수한 신문을 반환하고, 훼손했다면 배상하라. 학생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토끼풀>은 신도중학교가 민주적인 교육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학생 언론의 자유가 항구적으로 보장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지켜보겠다. 학교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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